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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20일 Facebook 이야기

행복철철 2012. 12. 2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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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후보의 집권, 박근혜-새누리 투톱 지배체제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몇 개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이 오직 박정희 향수 때문에 그런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한국의 보수층을 모두 독재자의 딸을 뽑은 구제불능의 존재들로 몰아가는 건 현실을 너무 단순화시킨다. 그들 중 적잖은 사람들은 독재자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찍은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연령별, 지역별 득표율만 살짝 보고 그냥 '감'(感)으로 든 생각이 있다. 맞을지 아닐지는 검토해봐야 안다. 
     
    1. 보수층의 상수와 변수  
     
    - 상수 = 정치적 선호를 바꾸기 매우 어렵다는 뜻. 노령, TK가 상징하는 반공반북층. 이들은 정말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찍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 변수 = 오래되고 확고한 의식구조가 보수가 아니고, 정치적 선호가 보수화된지 오래지 않았고 따라서 미래에도 가변적인 집단. 
     
    - 이 구분의 의미: '보수는 어차피 만년 보수, 진보는 투표율 달라지는 변수'라는 명제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음. 보수에도 만년 보수가 있고, 십년 보수가 있다. 후자가 커지면 이쪽에서 아무리 할만큼 해도 대책이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입증됐다. 
     
    2. 이번 대선에서 결정타는? 
     
    - 안 결정타: 영남, 노령층. 이 분들은 늘 그랬으므로. 
    - 결정타: 지역별 - 서울(문이 살짝 우세),수도권(박이 우세), 연령별 - 50대. 
     
    이 결정타 때문에 20~40대가 투표율, 지지율 모두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가 이길 수 없었던 것.  
     
    이 대목에서 머리를 강타하는 기억은 바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다. 그때 이명박-한나라 압승을 가져온 결정타가 바로(!) 서울,수도권의 40~50대였다. "386의 배신"이라는 말이 신문지면을 도배했었다. 불과 5년 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 가지 가능성:  
     
    1) 이 계층도 만년보수처럼 민주당에 안보불안을 느꼈다.  
    2) 이 계층에겐 경제적 관심이 더 큰데, 박근혜-새누리를 더 신뢰했다.  
    3) 참여정부에 대해 반감이 여전히 매우 강해서 괘씸죄를 물어 박근혜 찍었다.  
     
    이 중 어느 게 맞을지는 모르겠다. 느낌상 2)+3)의 조합? 그리고 2)와 3)은 서로 관련이 있다. 
     
    3. 만약 위의 가정이 옳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 안보 불안:  
     
    사회경제적으론 체감민생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고, 외교안보는 평화노선 강조하되 통일지상, 민족주의는 극복해야 한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가야 최대다수 지지 확보", 박근혜쪽은 일찌감치 이렇게 정리했다(원조: 유승민). 민주당이 안보를 보수와 똑같이 갖고 가선 안 되겠지만, 난데없이 '통일의 꽃'을 다시 불러들여 화를 자초한 건 납득이 안 된다. 
     
    - 경제 문제:  
     
    재벌개혁, 기업지배구조, 다 중요한데, 쉽게 '체감'되는 아이템이 아니다. '민생'경제 대책을 전면에 부각시켜야 하는데, 이번에 문재인-안철수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생이 바로 정치혁신이다"라고 치고나간 건 바로 박근혜였다. 참고로, 그 전에 내가 한겨레 칼럼에 두 번이나 그 주장을 썼는데, 박근혜 후보가 들고 나오니 기분 아주 착잡했음. 
     
    - 끝으로 ... 
     
    '참여정부의 기억'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2007-08년에 참여정부를 심판했던 바로 그 계층이 이번에 다시 크게 작용을 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그럴 법하다고 추측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안철수씨가 후보로 나왔으면 더 잘했으리라 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건 믿음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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